아침에 일어나 방을 둘러봤을 때
이불은 뒤엉켜 있고,
책상 위엔 컵이 두세 개 쌓여 있으며
바닥에는 어제 벗어놓은 옷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다면
왠지 모르게 하루 시작부터 기운이 빠진다.
정리가 되지 않은 방은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
내 감정 상태를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 같다.
나는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방이 어질러져 있는 경우가 많다.
바쁘다는 이유로 청소를 미루다 보면
그 무질서함이 결국 내 안의 무기력과 연결된다.
“나중에 치우자”는 말은
어쩌면 지금 내 마음에도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.
반대로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는
일단 작은 정리부터 시작한다.
책상 위 물건 하나를 제자리에 두고,
바닥에 있는 옷을 개켜 넣고,
이불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
공간과 마음이 함께 정돈되기 시작한다.
정리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단순하다.
“지금 이걸 치우는 동안만큼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”는 감각.
그게 잠시라도 불안한 생각을 멈추게 해주고
무기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.
조금씩 치우고 나면
나도 모르게 숨을 한 번 더 깊게 쉬게 된다.
물건이 제자리를 찾는다는 건
나도 나의 자리를 되찾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.
완벽한 정돈이 아니라
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정리해도 충분하다.
그 변화는 아주 작고 조용하지만
하루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하다.
이제는 방이 어질러져 있을 때
스스로에게 묻는다.
“요즘 마음이 좀 복잡한가?”
그 물음 하나가 작은 정리를 이끌고,
그 정리는 결국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.